2025-04-15
HaiPress
5월 31일까지 리만머핀 개인전
초자연적,비주류적 소재 포착
하찮은 것들에 따뜻한 시선
서브컬처와 오컬트,유머로 표현
작가 헤르난 바스 <Josh Aronson> “연극 ‘햄릿’의 백스테이지를 배경으로 대역배우의 질투 어린 눈빛을 표현했다. 대역배우는 주인공이 잘 안 될 때 등장할 수 있고,많은 노력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다. 그들에 대해 일종의 경외감을 갖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적 감수성을 지닌 작가 헤르난 바스가 4년 만에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자신의 작품 ‘대역(햄릿)’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나고 자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는 미국에서 자연적이고 비주류적 특성을 지닌 곳이다. 그래서인지 대역배우,마술과 요요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놓여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헤르난 바스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2024). 리만머핀 이번 전시회의 제목과 같은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 작품은 마술을 모티브로 했다. 마술사가 사람을 반으로 가르는 쇼를 선보이는 순간을 그렸는데 실제로 두 캔버스에 반반씩 담았다. 바스는 “마술은 생존에 있어 불필요하지만 기쁨을 위해 필요하다. 마술로 사람을 반 갈라서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헤르난 바스 ‘라운드 원,요요 세계대회’(2025). 리만머핀 ‘라운드 원,요요 세계대회’는 요요를 소재로 했다. 요요 선수가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형광색 줄의 요요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바스는 “요즘 요요에 매료돼 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요요 세계대회와 요요 선수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요요 역시 필요와 불필요 사이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그리고 부조리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건,물건,행동에 빠져들었다. 이를 특유의 날카로운 유머감각을 바탕으로 각 작품에 풍자와 아이러니를 담아 표현했다.
바스는 평소에 관심가져온 미국의 서브컬처(하위문화)를 통해 필요와 불필요에 대해 탐구했다. 이번에도 일부 작품들은 초자연적 현상이나 종교·미신 등을 다루는 오컬트를 다뤘다. ‘반려동물 전문 점쟁이의 딜레마’에서 한 마리의 암탉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검은 알을 낳기 시작하자 암탉의 마음을 읽기 위해 반려동물 전문 점쟁이가 호출됐다. 이 직업은 겉보기에는 하찮고 불필요해 보이지만 동물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홀리데이 스피릿’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이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앉아 반쯤 열린 위지보드(Ouija Board)를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위지보드는 심령대화용 점술판으로 동양권의 ‘분신사바’와 유사한 게임이다. 죽은 자와 소통하는 도구로 알려진 이 보드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의 탄생과 기쁨을 상징하는 요소들과 대비를 이룬다. 바스는 “관람자가 작품을 보고 특정한 전통이나 사물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미묘한 지점을 발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스의 이번 개인전은 오는 5월 31일까지 서울 용산 리만머핀에서 개최된다. 12점의 신작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마이애미에 위치한 바스 미술관에서 진행된 개인전 ‘개념주의자’에 이어 열린 것이다.
헤르난 바스 ‘벌새 애호가’(2024). 리만머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