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8
HaiPress
'암표 근절법' 상임위 통과
입장권 부정구매·판매 금지
과징금 높이고 신고 포상금
공연·스포츠계 암표에 '몸살'
입장권 가격 40배 치솟기도
해외서도 암표 제한법 잇따라

2024 아이유 H.E.R. 월드투어 콘서트. 이담엔터테인먼트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공연·스포츠 암표 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이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을 부정 판매할 경우 최대 50배의 과징금을 물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다.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을 부정 구매 또는 판매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되고,부정 판매자에게는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개정의 핵심은 형사처벌 위주의 처벌체계를 과태료·과징금 중심의 행정처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벌금은 전과가 남는 형사처벌로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만,과징금·과태료는 위법 행위만 확인되면 즉시 제재할 수 있어 실효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는 부정 구매 및 판매 행위 모두를 신고한 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고,부정 판매로 얻은 이익은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게 됐다.
암표 문제는 공연계에서 오랜 기간 문제가 돼 왔다. 가수 장범준의 경우 지난해 '소리없는 비가 내린다' 콘서트 티켓이 암표 시장에서 6~7배 수준으로 거래돼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자 소속사 측이 예매분을 전량 취소하고 새 티켓은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발행해 입장할 때마다 QR코드를 찍고 얼굴과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7월 아이돌 그룹 NCT위시의 콘서트 VIP 티켓이 원래 가격(19만8000원)의 40배가 넘는 800만원에 팔렸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공연 티켓 부정거래 신고제인 '암행어사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스포츠 분야 역시 암표의 부작용이 크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입장권은 암표 사이트 '티켓베이'에서 최고 100만원을 넘어섰으며 일반석도 49만~55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11월 2일 6차전 티켓은 최고 999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범준 '소리없는 비가 내린다' 공연. 현대카드
국내에서는 공연법 개정으로 지난해 3월부터 공연 티켓을 매크로(봇)로 사서 비싸게 되파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불법화했다. 같은 취지로 국민체육진흥법도 개정돼 스포츠 경기 티켓에 대해서도 매크로를 이용한 고가 전매를 처벌할 근거가 생겼다. 다만 이 법으로는 매크로 사용이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중고나라·당근마켓 같은 플랫폼에서의 거래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티켓 판매업체 관계자는 "기술의 발달로 매크로를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고 현행법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단속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훨씬 일찍부터 암표 거래를 법으로 금지했으나 허점이 드러나 보완 입법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2016년 '봇 액트(BOTS Act)'를 제정해 티켓 사이트의 보안장치·구매 제한을 우회하는 소프트웨어(봇)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최대 수만 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항공권·호텔 가격처럼 수요에 따라 티켓 가격을 조정하는 탄력가격제 방식도 일부 도입된 바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팬들의 반대에 부닥친 사례가 적지 않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미국 콘서트 티켓에 탄력가격제를 적용했다가 일부 티켓 가격이 정가의 5배에 달하는 200만원대로 판매되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대은 기자 / 최희석 기자]